코람 데오!
설 명절 전에 장인어른이 눈을 치우다가 쓰려졌다.
소식을 듣고 달려갔다.
뇌출혈이란다.
연세가 있으니 수술 할 수도 없으니 경과를 조금 두고 보잔다.
상태가 안 좋다고 연락이 와서 어제 강릉으로 올라갔다.
병실에 들어서니 코로 목구멍으로 호스를 끼워서 근근히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상태다.
헉~ 헉~ 거리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.
6개월 전에 장모님도 가셨는데 이젠 장인까지 보내 드려야 할 때인가 보다.
6개월 사이에 부모님 두 분을 다 보내야 하는 아내의 마음이 몹시 힘든가 보다.
왜? 안 그렇겠는가!
낳아준 부모인데!!!
어찌 슬프지 않겠는가!
아내가 눈물을 훔치면서 아버지 눈 떠 봐!
나 옥수야! 옥수!
아무리 흔들고 꼬집고 소리쳐도 반응이 없다.
지켜보는 나도 눈물이 난다.
이제 숨 끊어질 때만 기다려야 할 판이다.
회진하는 의사가 입이 떨어지지 않지만 말을 하겠다며 운을 뗀다.
뇌사 상태란다.
준비하셔야 할 것 같다고 한다.
환자를 보면서 이미 예감을 한 상태이지만 막상 의사의 입에서 준비하셔야 할 것 같다는 말이 마치 내가 사형 선고를 받는 기분이다.
의사의 그 소리가 마치 하나님이 야! 정낙원이 너 준비해라! 라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.
잠시 흐르는 침묵 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.
그래 저 모습이 바로 나 이지!
의사의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“코람 데오” 란 말이 퍼뜩 떠 오른다.
과거 목사가 되겠다고 신학교에 들어가 첫 강의 시간에 들었던 말이다.
교수님이 들어와 칠판에 커다랗게 글을 하나 썼다.
“코람 데오!”
여러분!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십니까!
교수님이 알려준다.
“코람 데오” 라는 말은 “하나님 앞에서” 란 뜻입니다.
여러분들이 신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목사가 될 터인데 이 말을 항상 기억하고 목회를 하시기 바랍니다.
그 때 이후로 늘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나름대로 “코람 데오” 를 잊지 않으려고 책상 앞에 써 붙여 놓기도 하였다.
하지만 잊고 산 지가 더 많다.
그런데 오늘 뇌사에 빠진 장인어른을 항하여 의사나 내 뱉은 준비 하셔야 하겠습니다! 라는 말이 “코람 데오” 를 떠오르게 한다.
난 지금껏 무얼 의식하고 살았는가!
누구 앞에서 살았는가!
사람 앞에서 살았는가!
아니면 하나님 앞에서 살았는가!
선뜻 답이 안 나온다.
답이 선뜻 안 나온다는 것은 사람 앞에서 살았다는 말이다.
휴~
긴 한 숨이 나온다.
주여! 불쌍히 여기소서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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